고난의 주
"…너희가 누구를 찾느냐
대답하되 나사렛 예수라 하거늘
가라사대 내로라 하시니라
그를 파는 유다도 저희와 함께 섰더라…"
(요한복음 18:1~11)

당회장 이재록 목사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앞두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수많은 백성이 종려나무 가지와 잎을 흔들며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호산나" 하며 환호하는 소리는 사라지고, 오히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성난 군중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소리 높여 예수님을 환영한 날이 실상은 참혹한 십자가 고난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종려 주일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기리는 고난 주간의 첫날로서, 고난 주일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왜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시고 죽으셔야 했을까요?
1.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 처형을 당하신 예수님
근본 하나님의 본체이신(요 1:18, 빌 2:6) 예수님께서 온갖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처형당하신 이유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죄 때문에 지옥에 갈 수밖에 없었 던 무수한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시기 위한 섭리였지요.
범죄한 아담 이후의 모든 인류는 원죄를 가진 죄인으로 태어났습니다. 또한 사람은 성장하면서 죄를 지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영계의 법칙에 의하면 모든 죄인은 반드시 사망의 형벌을 받아야 하지요. 이는 하나님께서 전능하신 창조주이시지만, 모든 것을 공의 가운데 행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인류 구원의 길을 만세 전에 예비하셨습니다. '죄의 삯은 사망'(롬 6:23)이라는 법칙을 어기지 않고 죄인들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만 했지요. 죄 없는 누군가가 죄인들의 죄 값을 대신 치러 주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능력으로 잉태되었기에 원죄가 없고, 태어나면서부터 온전히 율법을 지킴으로 자범죄도 없으셨으므로 죄를 대속할 자격이 있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대신해서 죽어 주신다면 그들이 구원받아 천국에 간다 해도 공의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지요. 죄 없는 예수님께서 생명을 대신 내어줌으로써 구원의 대가를 지불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러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큰 사랑이 있어야만 했습니다. 죄인들을 대신해서 받아야 하는 사망의 형벌은 결코 감당하기 쉬운 것이 아니었지요. 예수님께서는 크신 사랑으로 기꺼이 그것을 감당하신 것입니다.
이 땅에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일평생 가난한 삶을 사심으로 죄인들의 가난을 대속해 주셨습니다. 또한 온몸에 채찍을 맞아 피 흘리심으로 모든 질병을 대속하셨습니다. 가시관을 쓰고 피 흘리심은 우리가 마음과 생각으로 지은 모든 죄를 사하시기 위함이었지요. 나무 십자가에 달리심은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시기 위함이며, 손과 발에 못 박혀 피 흘리심은 우리 행위로 범한 모든 죄를 대속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희생에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욕하고 침 뱉으며 조롱했습니다. 이러한 죄인들을 위해서도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생명을 내어 주셨고, 그들을 위해 용서를 빌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인류 구속을 완성해야 하는 중한 짐을 지셨고 더구나 참혹한 형벌을 감당하셔야 하기에 이 일을 이루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에서 잠시도 온전한 쉼이 없으셨습니다.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는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처럼 되기까지 온 힘을 다해 부르짖으셨지요. 마침내 때가 되자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요 18:11) 하시며 파송된 무리들의 손에 잡혀 가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매순간 아버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기억하며 어떤 고통과 희생이 있더라도 그 뜻을 이뤄 드리기만 간절히 바라셨습니다.
2. 십자가 사랑을 받은 우리들의 마음가짐
저는 예전에 아파 있을 때 육의 사랑이 얼마나 무익하고 헛된 것인지, 가슴 저리도록 체험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저를 위해 먼저 생명을 내어 주셨고 저를 만나 주셨습니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저의 손을 잡아 주셨고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사랑해 주셨지요.
이 같은 주님의 사랑을 깨달은 이후, 이 세상 누구보다도 그분을 더욱 사랑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사랑에는 한 번도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날마다 더욱 깊어만 갔지요. 저를 위해 참혹한 십자가에 달려 주신 사랑을 인하여 아무리 어려운 일을 명하셔도 전혀 망설임 없이 오직 순종만 했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하시는지요? "내가 주를 위해 무엇이나 할 수 있나이다" 고백하며 죽기까지 충성할 수 있는지요? 생명을 드려야 하는 것도 아닌데, 작은 유혹조차 이기지 못해 범죄하거나 주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을 소홀히 여기는 분은 없으신지요?
주님의 사랑을 깨닫는다면 주님께서 그토록 싫어하시는 죄를 버리고 하나님을 첫째로 사랑하며 둘째로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게 됩니다. 주님의 피 값을 찾아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열정이 불타며, 핍박하는 사람들과 원수를 위해서 오직 긍휼의 기도를 올리며 용서하게 됩니다. 이것이 사랑하는 주님께서 가신 길이요, 하나님 뜻인 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십자가 처형을 당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날마다 더한 사랑의 고백과 행함으로 주님께 나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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